[제10회/2014년/글]우수상 - 강수현(관교여중3)
아버지의 일기
관교여중 3학년 강수현
"아빠가 병원에서 무료하시 단다. 책 좀 골라오렴."
엄마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했다.
아빠의 병이 다시 나빠졌기 때문이다. 아빠는 여유로우신 것 같지만, 그 점이 오히려 엄마를 초조하게 하나보다.
아빠는 '이제 죽어야지'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. 이번에도 '다 내 업이다, 이제 죽어야지' 하는 통에 엄마의 호통이 이어졌다.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자는 말에 엄마는 거의 쓰러지다시피 했다.
짹짹대는 새소리가 창문너머 들려왔다. 사실 아빠는 조금 어색한 존재였다. 별 이유 없이 내가 커가면서 사이는 멀어졌다. 나는 서재로 들어섰다. 그래도 생각해보면 아빠는 다정했었다. 곧잘 옛날이야기를 해주셨으니 무뚝뚝한 아빠로선 피나는 노력에 틀림없다. 문득 집으려던 책 옆에 수첩이 하나 있었다. 구겨진 수첩을 꺼내 펼친 순간 이것이 아빠의 일기임을 직감했다.
1980년 5월 18일